동행
연일 비가 내리고, 흐리던 날씨가 모처럼 활짝 개였다.
아침기온 0도, 낮 기온이 17도라는 TV방송이다
날씨가 포근하니, 실로 오랜만에 아버님이 시장 구경을 하시겠다고 하신다.
십 여년 전만 해도 시장에 다니시는 것을 낙으로 삼고 하루장도 빠지지 않고 다니시던 5일장이다.
(매주 3일과 5일이 장날이다.)
금년 연세 92세. 남들은 장수 하신다고 하지만 필자는 그런 기분이 안든다.
그러나 자랑스럽긴 하다.
건강하시면 부락까지 버스가 오고, 10분정도면 시장에 다니실 수 있는데도 기력이 떨어져 스스로 시장에 발길을 끊어 신지, 십 여년이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시장을 가시겠다고 하시니 필자가 동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억력은 젊은 사람 못지않지만, 귀가 어둡고, 2009년부터 외출시는 지팡이를 이용하시니 불안해서 혼자 다니시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시골이지만, 주차 시킬 곳이 힘들어 조금 떨어진 농협에 주차 시키고, 첫 볼일로 손목시계 밧데리 교환을 위해 읍내 중심지 시계점으로 향했다.
거리는 대략 300여미터 거리, 멀지 않는 거리다
길에는 시장 인파가 많아 그 속을 지나가면서 두 차례나 거리가 멀다고 하신다.
다리 근육이 약하니까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았다.
도중에 80대 중반이신 막내 이모님을 만났다.
가까운 곳에 사시지만 수 년만에 만난 것이다. 아버님을 보고 “형부 시장에 왔습니까 ? ‘ 인사를 하는데,
귀가 어두우니 대충 짐작으로 반가운 인사로 대신한다.
귀속 보청기를 비롯 보청기가 3개나 있어도 귀가 아프다고 착용을 안 하시니, 상대방 표정을 보고 인사를 하시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 진것 같다.
기능도 좋고 색상도 화려한 손목시계를 동생이 사다 드렸는데도 무겁다고 사용 안하시고,
집에 보관하고 계신다.
지금 차고 계시는 손목시계 밧데리도 수개월 전에 필자가 4,000원 주고 교환 하였다.
시계점에 와서 밧데리 교환을 위하여 손목시계를 달라고 하니, 지갑에서 따로 손목시계를 밧데리 교환비용 3,000원과 함께 꺼내신다. 예비용으로 사용 하시기 위해 시계를 따로 한개 더 가져 오신 것이다. 그리고 오랫만에 시장에 오셨기에 그 동안 밧데리 값이 오른 것을 모르고 본인 기억으로 준비한 것이다.
시계줄도 많이 낡아 새것으로 교환 하려고 하니 그대로 사용 하시겠단다.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베인 때문이다. 밧데리 교환과 함께 새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서 지팡이를 챙기시고 100여미터 거리의 시장으로 향했다.
평소 소변을 자주 보시는지라 시장의 화장실 위치를 몰라 미리 도로변 아는 식당의 화장실을 이용 했다.
시장에 도착하니 다리가 아프시다고 앉아 쉴 곳을 찾으신다.
도중에 군수 출마자를 두 사람이나 만났는데 어께 띠를 보고 역시 눈치로 적당히 대답을 하신다.
시장에는 사람이 많아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마침 등받이 없는 프라스틱 의자를 발견 사정 이야기를 하니
시장 아주머니가 흔쾌히 승낙하여 잠시 쉬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평생 농사를 지어 오셨기에 아직 파종시기가 이른데도 시장에 온 김에 토란종자를 사 가자고 한다.
부근을 둘러보니 아주머니가 신문지위에 토란종자를 팔고 있어 조금 구입을 했다.
시장에는 여러 가지 과일이랑 싱싱한 생선등 먹을 거리가 많다.
그렇지만 평소 어떠한 과일도 생선도 안 드시기 때문에 살 것이 없었다.
얼마 둘러보지 않았는데,
다리가 아프다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시어 아주 천천히 농협 주차장으로 향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셔도 부축은 싫어하시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었다.
농협 주차장에는 일요일인데도 시장 보러 온 분들의 차로 만원이다.
아버님을 필자에 승용차에 잠시 계시게 하고 정형외과에 무릎관절 물리치료하고 계시는 어머님을 모시려 갔다. 약150미터 떨어진 병원이다.
어머님을 모시고 오니 차에 그대로 계셨다.
농협 하나로 마트에 우리 마을 사람 누구 부부와 누구누구 등 많이 들어갔다고 하신다.
여러사람을 일일이 거명을 하시는것이 치매 염려를 하는 자식 입장에서는 고맙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두 분을 모시고 촌으로 갔다.
그러고 보니 시장에 와서 아무것도 사드린 것이 없다. 마땅히 사 드릴 것도 없지만, 오랜만에 시장에 나오셨는데 미처 생각을 못 했다. 평소 우유는 드시는 줄 알면서 (이것도 집에 있긴 해도) 우유도 사드리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시장 나들이가 될지도 모르는데 못내 마음에 걸린다.
말씀은 안하셔도 얼마나 서운하게 생각 하셨을까 ?.
아직은 걸을 수 있으니까 다음 장날 새로 한번 모셔야 하겠다.
잘 안가는 5일장 아버님 득분에 한 바퀴 둘러보면서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