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수필

아버지

소산1 2009. 10. 31. 18:54

아버지

      소산/문 재학

 

 

생각하면 90평생 자식위해 살아 오셨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낮에는 뜨거운 태양아래 논.밭 김매시느라

얼마나 비지땀을 많이 흘리 서셨습니까?

제초제나 비료가 없던 시절 어찌 그리 雜草가 많이 나던지,

 

그리고

밤이면 호롱불 아래 가마니 짜고. 새끼 꼬시면서 한시도 쉬지 않았습니다.

 

농번기 때면 새벽 달빛을 이용해 일 하시는데, 협조가 필요해 불러내면

어떻게나 일어나기 싫던지? 아버님 개으럼 피워 죄송합니다.

 

그때는 그 흔한 비닐 한 조각. 우의도 없으니

비가 오면 몸은 다 젖어도

삿갓 아래  담배. 부싯돌은 젖지 않게 보관하셨습니다.

그렇게 좋아하시던 담배도 이제는 끊으시고,

지팡이가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수십 년을 다니시던 전답에 발길 끊으시고,

하루장도 빠지지 않고 다니시던 시장길

차만 타면 10분 남짓한 길인데도 抛棄 하셨습니다.

해를 거듭 할수록 생활의 반경을 줄이시는 것이 안타갑습니다.

세월을 못 이겨 앙상한 몸만 남았으니 어쩔 수 없겠지요

 

사계절 귀하다는 과일 갖다 드려도 식욕이 없어 거절 하시고

간식으로 온갖 좋은 음식 머리맡에 두어도 항시 그대로 있습니다.

오직 술만 권하지 않아도 혼자 자십니다.

 

친구들은 不歸客이 되어 부락이 크다 해도 마을 앞에 나가면 말벗이 없어 혼자 지낸지 십수년. 얼마나 외로우십니까?

그래도 돌아오는 節氣는 정확히 기억 하시고, 영농 사항과 민속행사 등을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부락일은 무엇이던 거의 알고 계십니다.

누구는 몇 년생. 무슨 띠이고. 그집 아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그냥 백과사전입니다.

일제 징용에 간 사실을 생생히 기억하고 계시는 유일한 분이라 인후증명을 위해 객지에서 사람이 찾을 때는 아버님 건강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또 평생을 사시면서 무조건 양보만 하시니 한번도 남과 다투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께서 바보같이 처신 한다고, 하셔도 저는 아버님 그 성격이 자랑스럽습니다.

 

귀가 어두어 보청기를 착용해도 큰소리 아니면 대화가 되지 않아도 그래도 대화의 길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TV에 자막이 나오면 이해를 하시는데, 그렇지 않으면 느낌대로 말씀 하시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금년 봄(2009년 91세)에 백내장 수술 하신 후

신문과 다양한 책들을 보시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작별 인사를 드릴 때마다 책을 손에서 놓으시고 창밖을 내다보며

“조심해서 가거라”

반복되는 말씀이지만 자식에 대한 정이 넘칩니다.

아버님이 계시기에 자식은 행복합니다.

 

부디 白壽 동안만이라도 곁에 계시기를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어 봅니다.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
 
앞 세대 부모님들은 고생하시며 자식사랑에 자기희생을 달게 했지요. 그런 부모님에 효심을 간직하신 소산님의 글 감동적입니다. 09.07.26 10:54
 
우리의 아버님을 잘 그려주셨네요. 저는 어머님이 가시고 나서야 철이 들더군요. 어리석음 때문이겟지요. 09.07.26 11:01
산봉
다시와서 또 읽었습니다. 조심해서 가거라 이 말씀은 "또 오거라" 이 말씀으로 들립니다. 09.08.28 12:23
 
91세이시면 장수이시지요~~~효심이 많으신 소산님께서도 만수무강 하시여 좋은 글 시" 많이 기록을 남겨 놓으시기 바랍니다. 아버님 께서도 백수하시길 기원드립니다. 09.07.26 16:36
 
소산님 그래도 아버님이 오래 장수 하시니 얼마나 행복하십니까... 효심이 가득하신 소산님에 마음이 글에서 다 보았습니다.. 09.07.27 10:26
 
옛날 부모님들은 다 그리 힘들게 자식을 키웠는데...그 사랑에 보답은 못할망정 불효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으니 안타깝지요~소산님의 아버님 사랑하는 마음이 넘 보기 좋습니다~아버님 백수 하시길 기원드리며 소산님도 늘 건강하십시요~^^ 09.07.29 19:23
 
얼마전 까지만 해도 아버지를 원망했었는데 지금은 변했답니다, 옛날 자유당 시절 이승만 대통령 수행원으로 근무하시면서 우리재산을 바쳤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권력을 이용해서 챙겼는데....., 지금은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의 철세 정치인들 처럼 행하지 않았고 비리를 행하지 않았기에 지금나는 뜻뜻하게 살아 가는것이 아닐까하구서..., 09.07.30 17:31
 
소산님의 효심에 감동 합니다 올해가 91세인데도 책을 들고 계신다니 자식으로서 얼마나 행복합니까...아버님이 오래 사시니 소산님도 장수 하실겁니다. 09.07.3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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