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산/문 재학
어둠을 다독이는
밤비소리
파도를 타면
가냘픈
풀벌레 울음소리
환청(幻聽)으로 밤공기를 적시고
추적추적
창가를 두드리는
그리운 임의 발자국소리에
잠 못 이루는 밤
고요를 타고 오는
상념(想念)의 나래위로
깊이를 알 수없는
고독이 출렁인다.
긴긴 밤. 밤비소리
늪 속으로 가라앉고
메마른 가슴은
그리움으로 젖어 흐른다.
'詩 ' ---- ←
'Netizen Photo News'.
◈ 엉킨 질료에 대한 사유
★*… 우리가 흔히 청테이프라고 부르는 재료를 한 줄 한 줄 얇게 찢어 모자이크와 같은 기법으로 현대 사회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 최혜영(여·29) 작가의 '엉킨 질료에 대한 사유'라는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다리, 지하철, 폐허가 된 건물, 하천, 전봇대와 같은 문명의 잔해들이 조금씩 형태를 드러낸다. 하지만 한 발 가까이 다가가면 그 형태는 사라지고 집요한 노동력과 속에 숨어 있는 진지함을 읽을 수 있다.
1㎜도 안 되는 너비로 찢어낸 여러 색깔의 테이프를 수백 번 수천 번 잇고 붙여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만들어낸 작가의 인내에 감탄하게 된다. 테이프에 붙어 있는 잔실을 의도적으로 남기거나 낚시줄을 여러 겹 거는 방법으로 너덜너덜해진 도시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사람의 개발 행위….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변화의 흔적들…. 그것을 남기고 지워내고 표현하는 나의 손이 이제는 그 무언가가 텅 비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의 캔버스는 자꾸만 자꾸만 채워져간다."국제신문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