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세계육상경기 관람기 소산/문 재학
오늘이 202개국 47경기종목의 9일간(8.27~9.4)의 불꽃 튀는 세계육상경기가 끝나는 날이다. 며칠 전(8월 30일) 늦더위(주간33~34C)가 기승을 부리는 날.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세계육상경기를 관람할 입장권을 구했으니 야간 경기를 관람하자고 했다. 그리고는 필자를 보고 차를 운행 하라고 했다. 흔쾌히 승낙하고 오후3시 정각에 지인들과 함께 대구로 출발했다.
대구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이면 된다. 시내중심지 동성동 소재 국채보상공원 부근에 주차를 시키고 저녁식사(시간이 조금 빠르지만)를 한 후 경기관람을 하려고, 아는 식당을 찾아가니 내부 수리중이였다.
일행 중 육상경기연맹의 임원이 함께하고 있어 대구시에 거주하는 제자 G씨(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조직위원회 경기운영부장)에게 연락한 결과 인근 삼덕동에 있는 중화요리 집을 소개받아 찾아가는 동안, 찜통더위에 모두 비지땀을 흘렸다.
바람기도 없고 지나가는 자동차 매연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 이였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병원 정문 옆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누가 필자의 이름을 불렸다.
돌아보니 수십 년 만에 만나는 중학교 동기 K군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반갑기 한이 없었다. 일행이 있어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전화번호(명함)만 주고 헤어졌지만, 무더위 속에 소중한 친구를 만나 기분이 좋았다.
고급 중국술을 곁들인 중화요리 정식으로 저녁식사를 끝냈다. 필자는 운전 때문에 모처럼 귀한 술을 술맛만 보는 것이 아쉬웠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대구스타디움으로 가는 길은 분홍색 간판 안내표시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길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차가 많아 복잡했다.
경기장(스타디움)은 대구시 수성구 대흥동으로 경산시 경계지점에 있었다. 경산시로 가는 길 교외 도로는 숲속길이라 휘파람을 불정도로 기분 좋은 도로였다. 얼마를 지났을까 ? 푸른 숲속에 하얀 바탕의 웅장하고 독특한 경기장이 멀리 보였다.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하나둘씩 조명등이 켜지고 있었다. 경산가는 길에서 우측으로 꺾어 주경기장으로 가는 도로에 들어섰다. 아주 복잡하여 교통경찰이 곳곳에 통제를 하고 있었다. 신호대기 시간이 길어서 운전 중이였지만, 휴대폰(준비해온 카메라가 없어)으로 영상을 열심히 담았다. 경기장 원경(차안에서 휴대폰으로)
주경기장 부근은 보조 경기장을 제외하고는 전부 나무숲이다.
경기장 부지는 전부 51ha(512,000평방미터)이고, 주경기장 건평은 4.7ha(47,600평방미터)이다. 관람석은 66천석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세계에서도 빠지지 않는 대형시설이라고 한다.
주경기장 정문에 대형 원통의 특이한 디자인의 아름다운 매표소 6개가 스타디움 앞을 멋지게 장식하고 있었다.
매표소 전경(차안에서)
대부분 표는 사전에 예매되었기에 표는 팔지 않았지만 첫인상이 좋았다. 조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2곳에서 차량 검문을 받았지만, 주차권이 있어 쉽게 7번 게이트로 가는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제법 어둑어둑했다. 초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날리었다.
주차장 곳곳에도 수목 등으로 조경이 잘되어 있고, 안내하는 많은 자원 봉사자들도 친절했다.
7번 게이트에서 간단한 소지품 검사와 입장권 확인을 받고 거대한 경기장으로 다가갔다.
입장권
수십 미터나 되어 보이는 곤봉형의 미려한 대형기둥이 즐비한 회랑을 돌아 경기장 출입구 (47번 블록. A석=예매가 40,000원)를 찾았다.
경기장 밖 회랑
필자 일행의 자석위치는 오른쪽 아래에는 녹화 카메라와 대형 망원경 카메라 군단이 있고, 좌측으로는 200여대의 컴퓨터로 무장한 각국의 기자석 이였다. 그 아래로는 퇴장하는 출구 겸 인터뷰 장소였다.
이번 대회의 규모는 202개국에 47종목의 경기를 펼쳤다. 선수임원들이 3800여 명, 기자단 2500명으로 역대 최고의 규모라 했다.
경기장 반대편 전광판
경기장내는 주간경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관람석은 별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왔다. 대낮보다 밝은 조명과 음향시설도 좋았다.
경기장 형태는 조개 입처럼 중앙이 개방되어 하늘의 별을 볼 수 있고, 기자석에서 본 앞뒤는 지붕을 만들어 60~70%는 햇빛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경기장 앞면(기록 전광판이 보임)
그리고 초대형 전광판(가로 25m, 세로 10m= 수영장 크기)이 좌우 양측에 각각 1개와 기자석과 본부석 정면에 1개 등 3개가 있었다.
좌우에 있는 전광판은 경기장면 등을 보여주고 정면의 전광판은 선수소개와 기록을 보여 주는데, 가정에서 TV화면을 보는 것처럼 화면이 아주 깨끗하여 한국의 전자기술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선수들이 출발전 자기소개 장면을 보는 전광판
신기술의 장면은 또 있었다. 경기장의 상공에 무인카메라가 사방 연결된 선으로 움직이는데, 트랙의 선수들을 따라가면서 공중에서 촬영하고, 필요시에는 경기장을 대각선으로 움직이면서 촬영하거나 카메라 눈만 돌아가기도 하는 것이 신기하고 아주 편리해 보였다.
그리고 바퀴가 두 개 달린 전동차 비슷한 것을 카메라 기자 혼자타고 신속하게 움직이며 열심히 촬영을 하기도 했다.
또 트랙의 결승점이 있는 100m 구간 직선거리에는 무인 카메라가 달리는 선수(100m 단거리 포함)와 같은 속도로 레일을 타고 가면서 선수들의 근접촬영을 했다. 인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훌륭히 해내는 것도 신기했다. 예를 들어 1500m 같은 경우는 선수들이 트랙을 돌아올 때마다 100m 구간을 계속 반복하여 오갔다.
또한 원판던지기 경기장에는 로봇 몇 대가 떨어진 원반을 수거해 실어주면, 사람이 달리는 속도보다 빠르게 운반했다.
스타디움의 중앙. 탁 터인 공간으로부터 시원한 초가을 바람이 감미롭게 불어오고, 낮인지 밤인지 구별 목할 정도로 밝은 조명아래 선수와 관중이 하나가 되어 진행되는 경기 분위기에 흠뻑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당일 경기 종목은 남녀 400m 허들, 장대높이뛰기, 남녀 800m, 여자 1500m, 여자 3000m, 남자 원판던지기 등 이였다.
경기 할 때마다 격려의 환호가 일고, 금메달 획득한 선수가 자국국기를 어께에 두르고 트랙을 한 바퀴 돌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환호해 주었다.
그리고 전광판을 보면서 장대높이뛰기를 할 때 성공하면 축하의 박수를, 실패하면 아쉬움의 격려를 하는 등 한마음 한뜻이 되었다.
일반 육상경기는 출발 전에 매선수마다 소개멘트와 함께 카메라 근접영상을 가까이 마주하는 대형전광판에 보내면, 자기모습을 보며 갖가지 표정을 취하며 좋아했다.
그리고 선수 출발 시에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가 조용했다. 대한민국의 경기관람 자세가 돋보이는 것 같았다. 경기 보조원(학생)들의 일사불란한 도움에 의거 각종경기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메달 수여식 때 우승국의 국가가 흘러나오면 모두가 기립하여 축하를 해주는 것도 보기 좋았다. 경기 도중에 박태환 수영선수가 전광판에 소개 되면서 환호의 박수로 맞이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양인은 예선에서 탈락하고, 백인과 흑인의 경기장 같아 아쉬웠지만. 정면의 전광판 기록을 보거나 양측 전광판의 선수들 활약상을 보면서 모두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밤 9시 45분경 하루의 경기가 끝났다. 세계대회를 유치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고 관람객의 관람 자세와 호응도 좋았다. 자리에 일어설 때는 자기가 남긴 쓰레기를 모두 되가져가는 성숙함도 보였다.
사람도 많고 차량도 많아 스타디움을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많은 것을 느껴보는 즐거운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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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덕대봉갑니다, 하고 웨치는 차장 아가씨 생각이 나네요.
소산님 마음에 금메달을 품고 경기장을 나요셨지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두 손 모웁니다.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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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상히 묘사를 해 주시니 마치 현장에서 본 듯 생생한 느낌이 듭니다.
관람료 반 정도라도 보상해드려야 할 것 같네요
경기를 보면서 궁금했는데 자세하게
기록해 주시니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볼트의 모습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기자를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좋아하던 모습~
즐겁고 넉넉한 추석이 되길 기원합니다.
행복한
관람의 성숙된 매너는 정착된듯하고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자 장대 높이뛰기를 하다가 장대가 부러져 다치는 모양을 보고 무척 안 스러웠답니다.
에티오피아 선수들 모두 자비로 경기에 참가하였으나 많은 금메달을 획득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육상으로 외화 벌이를 하는 나라라고 한답니다.
동성로에서 육상화를 사면서 이렇게 좋은 운동화 처음 신어 본다고 했답니다.
대구 시 동,구, 시청 공무원들이 입었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티 셔스를 모두 수거해서
아프리카에 보내주기로 했다니 경기대회 후의 대구 시민의 인정을 세계에 알리네요.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이번 대회는 중앙정부의 외면속에 성공입니다.
저는 오늘 신문에서 봤어요
대구의 시민정신들이 투철한지를요
비록 참석을 못했지만 훌륭히 소화를 해 냈다는 자부심으로
대구의 밝은 희망을 봤습니다 4년전에 가봤어요
시인님두 다녀오셨군요 ~잘 다녀오셨어요
고은글 머물다 갑니다
한가위도 1주일 남았습니다
즐거운 추석 되시구요 건안하시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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