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채소 파종
김장채소 파종 소산/문 재학
필자의 집 앞에는 200여 평되는 텃밭이 있다. 이곳에서 해마다 김장채소를 필자의 육형제와 아들딸에게 충분히 나누어 줄 만큼 재배한다.
늘 부모님이 김장채소를 재배 하였지만, 필자가 공직생활 정년퇴임 후 하는 일 없이 놀다보니 필자의 담당이 되 버렸다. 그래도 90노인(금년 92세)의 도움을 받는다.
농기계가 없어 이웃집에 부탁하여 이랑을 짓고, 이랑 가운데 괭이로 필자가 골을 파면 밑 肥料 흩는 것은 부모님이 한다.
영농 초보라 肥料의 양과 고루 흩는 방법이 서툴러 근래 몇 년 동안 불문율처럼 이렇게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참고로 필자는 채소 모종을 사서 심지 않는다. 모종을 사서 심어면 편리하지만, 채소의 품질도 믿기 힘들고, 일정간격(25~30cm)으로 심기 때문에 김장채소 수확 때까지 채소가 귀할 시기에 無 農藥 솎음배추를 먹는 즐거움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이 들어도 굳이 종자 파종을 한다.
무 종자는 작년에 심다 남은 것을 이용하고, 배추종자는 2봉지(20,000립 정도)를 8월 중순에 농협에서 구입했다.
금년에는 날씨가 고온 현상이 지속되니까 날씨가 조금 시원해지면 파종하라고 농협 직원이 조언을 해준다. (여름에 일반 지역에는 고온 때문에 채소가 제법 자라 큰 것이라도 문드러져 썩기 때문에 해발 600m 이상의 고지대에서만 채소 재배가 가능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채소가, 귀한 고랭지 채소이다.)
그래서 해마다 채소 파종은 處暑(8월 23일)를 지나서 한다.(처서 무렵에는 땅에서 찬 공기가 아침저녁으로 나오기 때문에 일반 종자는 파종을 하여도 발아가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물론 무 배추를 비롯하여 상치나 시금치 등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종자는 예외이다,)
김장채소는 발아가 까다롭다. 비가 와서 땅이 촉촉할 때 파종을 하면 4~5일 후 싹이 나는데, 도중에 이슬비는 건조를 막아주어 좋지만, 소나기같이 세찬 비가 내리면 땅이 딱딱하게 굳어져 싹이 잘나지 않는다.
그리고 습기가 없는 마른땅에 파종을 하면 10일이 지나도 싹이 나지 않는다. 채소종자가 좁쌀알처럼 아주 작아 얕게(보통 종자는 종자 크기의 3배정도 복토가 적당하고, 너무 깊게 파종하면 싹이 잘나지 않는다.) 심다보니 흙이 건조하여 습기가 없어 발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금년에는 유난이도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8월 19일 비가 적당히 내렸기에 파종시기가 조금 빠르지만, 처서 무렵에 비가 오지 않으면 파종시기를 일실 할까봐 8월 20일 밀짚모자 눌러쓰고 얼음조끼를 입고 파종을 했다.
그래도 얼굴에는 땀이 비오듯 쏟아 졌다. 실수로 땀방울 하나만 배추종자에 묻으면 농약 코팅 처리한 작은 배추종자가 뭉쳐서 한 알씩 분리해 심는데 애를 먹기 때문에 극히 조심을 했다.
또 배추종자가 작다보니 잘못하면 한곳에 2개 이상 동시에 떨어질 수 있다. 미 발아로 인한 결주 예방과 솎음을 예상해 한포기 키울 곳에 5~10cm간격으로 2~3개소에 한 알씩 파종하고, 포기간 거리는 20cm 내외로 파종한다.
이틀에 걸쳐 정성을 다해 파종을 했다. 다행히 파종 후 큰비가 없어 4일 지나니 싹이 나기 시작하고 5일경에는 싹이 거의 다 나왔다. 신기하게 싹이 나는 기간은 정확하다.
채소 파종 후 날씨가 건조하면 물을 주는 것도 큰일인데, 금년에는 비가 자주와 그 수고는 덜었다. 걱정했던 고온 피해도 없어 추가 파종을 안 해도 되었고, 채소가 잘 자라서 그 동안 솎음 배추를 많이 이용 했다.
채소가 밭이 꽉 찰 정도로 자라서 이웃의 부러움도 샀지만, 추석에는 쌈이랑 삶은 나물로 이용을 했다.
그리고 직장으로 돌아가는 동생들과 아들에게 채소를 한 보따리씩 들려주었다. 물론 솎음배추를 주었다.
금년에는 시중에 채소 값이 금값이라 할 정도로 비싸니 채소를 솎아주는 어머니도 신이 났고, 가져가는 사람도 어떤 선물보다도 흡족해 했다. 더구나 농약을 안친 깨끗한 채소라 더 좋아 하는 것 같았다.
농협직원의 충고를 무시하고(녹아버리면 재 파종할 각오로) 비가 적당히 온 시기를 이용 파종한 것이 대 성공(?)을 한 것 같다. 채소를 솎았기 때문에 남아있는 채소는 더욱 크고 튼튼하게 자라 김장채소도 풍족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






